무슨 일을 하던 더 잘하는 방법이 있다(세이노)

 

 

군대에서 겪었던 일이다. 자대로 배치된 바로 그날 저녁 일등병 선임이 내게 시킨 일은 내무반 바닥에 물을 뿌리고 비로 쓸라는 것이었다. 내무반은 시멘트 바닥이어서 먼지가 잘 일어났다. 나는 물바가지에 물을 받아서 그 물을 손으로 뿌렸다. 물론 나는 졸병이었기에 잔뜩 긴장한 상태에서 한대라도 덜 얻어맞고자(70년대 초는 군대 내 구타가 여전히 남아 있었던 시절) 최선을 다해, 정말 최선을 다해, 물을 조심스럽게 뿌렸다. 하지만 물뿌리개로 골고루 한 것이 아니라 손으로 뿌린 것이기에 어떤 곳은 물자국이 크게 생기고 어떤 곳은 물이 묻는 둥 마는 둥 하는 꼴이 되었다. 

 

그 모습을 본 고참은 나를 화장실로 데리고 가 몇 대 쥐어 박은 후 물 뿌리는 법을 설명하였다. 그것은 손을 가볍게 움켜쥔 뒤 바가지 물속에 담근 뒤 재빨리 꺼내면서 다섯 손가락을 빠르게 쫙 벌리면서 물을 사방에 튀기는 것이었다. 

그렇게 하니 시멘트 바닥에 생기는 물 입자의 크기는 모두 쌀알 만해졌다. 그것은 정말 물뿌리개로 물을 뿌린 것보다도 더 입자가 고왔고 정말 예술이었다. 무슨 일이건 더 잘하는 방법이 있는 법이라는 것을 나는 군대에서 맞아가며 배웠다.

 

사업을 하면서 수많은 사람들을 겪어 본 경험에 의하면 가장 골치 아픈 직원은 자기 기준으로 일하는 사람이다. 

이들은 자기 나름대로는 최선을 다하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기억해라. 당신이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방법이 실은 어리석음의 총체적 집합일 수도 있다는 것을 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일을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더 잘, 더 효율적으로, 더 완벽하게 일을 하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 통계에 의하면 사람들 중 90% 이상은 자신을 다른 보통 사람보다 일을 더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미국 대학 교수들의 94%는 동료보다 자신이 연구를 더 잘 수행한다고 믿는다. 미국 대학농구 선수들 중 60% 이상은 자기가 메이저 팀에서 뛸 것으로 믿지만 실제로는 5%만 그렇다. 일본 직장인들은 자신의 업무수행 능력을 남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평균 20% 이상 더 높게 생각한다. 즉, 자기도취에 빠져있다

 

사람들은 내가 무슨 책을 그렇게 읽느냐고 물을 때 마다 내가 준 대답은 "내가 경영을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인지.. 내가 자기도취에 빠진 것은 아닌지.. 내가 제대로 살아가고 있는 것인지.. 내가 자기도취에 빠진 것은 아닌지.. 내가 똥 뭍은 개인데 겨 뭍은 개를 탓하기만 하는 건 아닌지.. 내 눈 속을 보지 못하고 남의 눈 속의 티눈만 보는 것은 아닌지.. 내가 제대로 일을 효과적으로 처리하는 것인지 등등이 불안하다 보니 확인을 받으려고 읽는다"라고 이야기한다. 

 

자, 그럼 일을 조금 더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첫째, 어떤 일을 반복적으로 하고 있다면 반드시 개선점을 찾아 내라

 

나는 같은 일이 수개월 동안 계속 반복되게 되면 "더 효과적인 방법은 없는 것일까?"를 생각하고 더 좋은 방법을 찾아 개선하려고 무지무지 애를 쓴다. 그리고는 상당한 분야에서 변화를 시도한다. 집에서도 나는 오만가지 물건들로 가득 찬 내 방을 정기적으로 정리하고 사물들을 새롭게 배치한다. 개선점을 찾는 것이다. 

 

둘째, 행동하기 전에 그 일에 필요한 지식을 반드시 흡수하여라

 

전혀 모르는 분야라면 밤을 세워서라도 인터넷을 샅샅이 뒤져 관련 지식을 공부하라. 섣불리 전문가라는 사람들을 찾아 나서지 마라. 반드시 관련 법규들을 찾아 공부하는 것도 잊지 마라. 법을 미리 확인하지 않아 낭패를 보는 사람들이 하나 둘이 아니다. 라면 하나라도 제대로 끓이려면 설명서를 읽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라. 

 

셋째, 실수하지 말아라

 

중국 음식점에 짜장면을 시켰는데 배달원이 단무지나 젓가락을 안 가져 오는 경우를 한 두 번은 경험하였을 것이다. 당신이 배달한다면 전혀 그런 실수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글쎄다.

 

"사람의 발이 밟는 땅은 불과 몇 치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한 자가 넘는 다리에서도 잘 떨어진다"

 

기본적으로 실수는 자판에서 나온다. 실수하지 않으려면 어떤 일을 하는데 필요한 모든 세세한 것들을 적어 놓은 체크리스트를 반드시 만들어 책상 위에 붙여 놓고 그 일을 할 때마다 확인하라. 그 리스트가 머릿속에서 스크린에 투영되듯 눈을 감아도 좍 비칠 때까지 그렇게 하라. 일을 못하는 사람일수록 이런 리스트를 불필요하게 생각한다.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자만에 빠져 있다는 말이다. 

 

넷째, 효율적으로 일해라

 

어제밤 10시까지 일했다고? 이번 달 영업실적 통계 내느라고 그랬다고? 그런데 통계를 어떻게 냈지? 꼼꼼히 세금계산서들을 업체별로 분류한 뒤 합산하여 워드프로세서로 만들었다고? 합산은 어떻게 했는데? 계산기로 했다고? 그럼 이 도표는 어떻게 그렸지? 워드로 만들었다고? 엑셀은 사용할 줄 모르나? 알긴 아는데 잘 모른다고? 이거 엑셀로 하면 어제 일과 전에 끝나는 일인데? 효율성은 언제나 당신의 지식과 비례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라. 

 

다섯째, 그 일을 이미 해 본 경험자들의 의견을 반드시 들어라

 

직장인들이 상사를 잘 만난다는 것은 정말 행운에 속한다. 나는 경력사원을 뽑을 때 그가 예전 직장에서 누구 밑에서 일을 배웠는지, 그 상사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반드시 묻는다. 무역서류를 담당할 경력직원이라면 그가 작성한 영문 문서들을 예전 직장에서 누가 살펴보았었는지도 확인한다. 혼자서 전권을 위임받았다면 그는 배운 것이 없으니 보나마나 일을 잘 할리가 없다. 상사가 있었지만 별 볼일 없었다면 그 역시 별 볼 일 없다. 그러므로 당신의 상사가 당신에게 일 좀 똑바로 하라고 할 때마다 고마움을 느껴라. 그가 큰소리로 악악 거린다고 할지라도 말이다. 

 

"훌륭한 사람과 어리석은 사람과의 사이는 불과 한 발자국의 차이다." - 나폴레옹

 

일을 잘하는 사람과 어리석은 사람의 차이는 한 발자국이 아니다. 그것은 부자가 될 사람과 가난하게 살 사람의 차이가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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